회사는 가족이 아니다.(업데이트)
과거, 회사는 가족이 아니다.라는 글을 통해 내 생각을 공유한 적이 있다. 최근, 부트스트래핑 방식에서 Basecamp가 걸어온 길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써,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을 접했다. Basecamp의 대표인 Jason Fried가 작성한 Changes at Basecamp라는 글을 통해서다. 그는 사내 정치토론 금지, 피트니스 혜택 폐지, 다면평가 폐지, 사내 협의 위원회 폐지 등을 발표하였다.
해당 소식을 접한 Basecamp의 직원들은 공개적으로 실망감과 분노를 표현했다. 솔직히 Basecamp는 공동창업자들이 미국 사회에서 등장하는 사회/정치적 이슈들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들을 통해서 회사의 브랜딩을 만들었다. 원격근무라고 말하는 Remote를 통해 업계를 이끌었고, 관련 책들도 펴냈다. 공동창업자인 DHH의 경우, 트위터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소위 회사의 추종자들을 만들었다. 나같은 사람들을.. 그런 창업자들이 만든 회사가 직원들에게 사내 정치토론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 뒤, 블룸버그 통신에 Basecamp가 직장에서 정치적 논쟁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Coinbase를 따라가다.(Basecamp Follows Coinbase In Banning Politics Talk at Work)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이후 못해도 한 시간 이내로 상세히 보도할 것이라고 Platformer News에서 일하는 Casey Newton이 자신의 트위터에 소식을 공유했다. 그리고 그 뒤에 올라온 트윗은 아래와 같다. 해당 트윗은 하나의 스레드로 구성되어 있다.
Basecamp에서 벌어진 일(What really happened at Basecamp)라는 제목의 뉴스를 The Verge와 함께 보도하였다.
내용은 이렇다. Basecamp의 CS 담당자가 '우스꽝스러운 고객 이름 목록 리스트를 만들어 아시아인와 아프리카인에 대한 조롱을 일삼았고, 이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비롯해 다양한 논의가 쏟아지자 회의를 통해 대표인 Jason Fried가 위에서 언급한 사내 정치토론 금지, 피트니스 혜택 폐지, 다면평가 폐지, 사내 협의 위원회 폐지 등의 변화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 동의하지 못하는 데이터 애널리스트인 Jane Yang은 An open letter to Jason and David이라는 Basecamp 경영진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경영진 결정을 "억압과 침묵의 방향(The oppressive direction. The silencing direction.)"이라 규정하고 "뭔가 옳지 않다고 팀원이 말을 할 때, 이를 용감한 행동으로 느껴서는 안되고, 모두에게 기대되는 의무로 느껴야 한다" 고 예전 Singal V. Noise에 있는 글을 인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였다.
It shouldn’t feel like an act of bravery for a teammate to say when something doesn’t feel right. It should feel like everyone’s expected duty.
Janice Burch, February 12, 2018 (link to full article)
그리고 하루 뒤에 DHH의 Let it all out이라는 글이 등장했다. 내용은 대표인 Jason Fried가 말한 새로운 변화에 동의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일종의 퇴직 패키지 옵션을 제공했고, 주된 내용은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사태가 벌어진 뒤에 여러 직원들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직원의 3분의 1이 퇴사 의사를 밝혔고 실제 그만두었다. Basecamp에서 사임한 직원들을 응원하기 위한 트윗 스레드도 등장했다. 해당 스레드를 만든 John Breen은 DHH에게 트위터에서 차단당했다고 한다.
Casey Newton이 작성한 글을 보면, 전체 회의에서 백인 우월주의(white supremacy)가 등장한다. 실제 회의 내용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기사대로만 본다면, 직원들은 많은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해당 이슈를 대하는 경영진의 답답한 행동에 상당히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특히 창업자들과 그들의 회사는 공공연하게 우리는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이야기해왔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경영진의 사과로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의견을 더하자면
Jane Yang의 공개서한을 보면 이런 인용문구가 등장한다. 그녀가 입사할 당시 공동창업자인 DHH가 그녀를 위해 작성한 환영 인사글에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When people of different backgrounds and perspectives work together, we make better decisions and better software.
David Heinemeier Hansson, January 29, 2019(link to full article)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경영진이 추구하는 다양성과 직원들이 추구하는 다양성이 불일치한다. 백인으로 이뤄진 경영진이 다양한 인종으로 이뤄진 직원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실제로는 공감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사회에서 백인으로서 느끼는 불편함이 크게 없을테니까. 트위터에서도 Basecamp의 경영진이 백인 남성이 누리는 편리함(특권) 뒤에 숨었다는 식의 비난이 등장했었다.
어찌보면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이제는 하나의 필수불가결한, 꼭 다뤄져야 하는 이슈이다. 내가 살아가는 한국 사회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라고 생각해보면 정말 모르겠다. 답이 없는 수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시절 당시에 벌어지는 인종 혐오범죄들을 보면 그저 답답하다.
Basecamp의 행보와 공동창업자들의 행보를 열심히 응원하던 입장, 특히 팬 입장에서 배신감이 정말 크다. 그들이 새로 출시한 Hey.com(이메일 서비스)를 종종 써보고 있었는데, 더 이상 쓰지 않을 생각이다. 이리저리 친구들에게 수소문하여 초대장을 받았는데 왜 그랬을까? 그냥 짜증난다.
그리고 DHH가 적은 "회사는 가족이 아니다.(The company isn't a family.)"라는 글과 그의 행동이 다른 거 같아 정말 화가 나고 짜증이 밀려온다.
마지막으로 퇴사할 수 밖에 없었던, Basecamp 직원들 모두 잘 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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