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테크 리쿠르터로 추천합니다
먼저, 쓰게 된 계기는 좀처럼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 아내를 조금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 테크 리쿠르터를 뽑는 기업,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교육기관 및 회사, 인재를 연결하는 업무가 있는 스타트업 관련 기관(액설러레이터, 정부 기관) 등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어디까지나 바람이지만 정말 그리되면 좋겠습니다.^^
아래 북마크 링크는 노션으로 먼저 작성한 글입니다. 같은 내용이니 편하신대로 보면 좋습니다.
1.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작은 사무실을 구해 아내와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지금은 지인이신 김정, 김진원씨가 운영하는 회사(당시, 오로라플래닛이라는 이름의) 사무실에 화재가 났었다. 그 소식을 접하고 아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마른 수건들을 챙겼다.
지금에 와서야 내 솔직한 생각을 말하면 이렇다. 그저 일면식만 있을 뿐인데 도와준다고? 잘 아는 지인도 아닌데, 도리어 낯선 사람이 화재 현장에 와서 도와준다고 하면 당사자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정말 가도 괜찮나?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지? 뭐 등등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망설임 없이 해당 사무실에 도착하여 조금이라도 현장 수습이 되고자 열심히 도왔고, 그 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지금도 아내에게 당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도우러 간거야?라고 물으면 "당연히 도와야하는거 아냐?" 반문한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10분 전에도 물어봤지만 대답은 항상 같다. 솔직히 아내의 모습 중 가장 멋진 부분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손해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세상에서 이렇에 선의를 아무렇지 않게 베푸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2.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선정릉역 부근에서 '하이브아레나'라는 이름으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했었다. 약 3년간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개발자들이 자주 찾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알려졌다. 단순히 국내 개발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개발자들이라면 한번쯤 들리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나는 다소 신기한 경험을 했다. 우리 공간을 막 오픈했을 당시, 크게 공간을 마케팅할 예산이 없었다. 더욱이 해외에 알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처음에는 정말 우연히 외국인 한 두명이 방문한 정도였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외국인들도 등장했다.
그들 중 많은 친구들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이브아레나라는 이름을 잘 모르는데(생소하니까), 내 아내의 이름을 안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처음 방문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도 있다. "여기 혜경 있어요?(Is hyekyung here?)" 그래서 내가 얼떨껼에 대답했다. "네 있어요.(She is here.)" 이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한국을 처음 온 친구가 도대체 내 아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몇 번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보니 정말 내가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도대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라고 물으니 우리 공간을 방문했던 친구에게 들었단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또 물어보니 또 다른 친구에게서 들었단다. 말 그대로 외국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구전을 통한 추천이 있었다. 서울을 가면 혜경을 찾으라고..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외국인 친구가 나한테 이야기했다. "하이브아레나를 잘 몰라도 혜경의 이름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 개발자들은 왠만큼 알고 있을껄. 나도 다른 곳에서 혜경을 추천받아 찾아온거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들을 전세계에서 끌어모은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내 아내의 이름을 추천받았고 찾아왔다고 한다. 솔직히 난 그게 너무 신기했고, 그걸 바탕으로 우리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포브스(Forbes)와 패스트컴퍼니(FastCompany)에 우리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3. 사람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개발자들을 좋아한다. 왜 그들을 좋아하냐?라고 물어본 적 있는데 그냥 멋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할 당시, 어느 날 아내가 나에게 진지한 제안을 했다. 파이조그(Pyjog)라고 불리는 파이썬 개발자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공간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그 모임을 우리 공간으로 모셔오는 거 어떠냐는 것이었다.
파이조그를 운영하는 김슬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고, 그렇게 파이조그는 약 2년간 우리 공간에서 모임을 진행하였다. 그 뒤로 비슷한 형태의 일들이 진행되었다. Seoul Tech Society, 9XD, Seoul Bitcoin Meetup, Learn to Code 등등 다양한 개발자 모임들과 오랜 기간을 함께 했다.
그리고 외국인 개발자에게 도리어 모임을 제안한 적도 있다. 당시 Elixir 개발자로 일하고 있던 케빈은 Elixir Meetup을 운영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 아내는 케빈에게 그냥 열어보는 거 어때? 우리 공간을 후원할께. 그냥 해보자.라고 제안했고 그래서 해당 밋업이 정기적으로 열렸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케빈은 Elixir Europe Conference 2017의 스피커로도 발표하였다. 아마 그 때 아내가 제안하지 않았으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Seou Tech Society도 비슷했다. 당시 공간을 찾지 못하여, 모임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Victoria와 Alex를 만나 그냥 모임을 해보자고 제안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들을 했었을까 싶다. 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아내에게 연락이 왔고, 제안을 하니까 말이다. 나중에 그들에게 물어보니 이미 비슷한 일을 수차례 경험해서 의심했었다고 한다.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말이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부분이 있다. 그들이 그들의 나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모임에서 많은 사람이 왔다. 약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었다.마지막 인사를 하는 시점에서 Victoira가 Seoul Tech Society가 이렇게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 모임의 또 다른 공동 운영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면 내 아내를 언급하였다. 엄밀히 말해서 내 아내는 그 모임의 시작을 함께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내 아내를 공동 운영자로 언급해주었고, 감사함을 표시해주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내 아내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식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자랑은 커녕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결국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다. 굉장히 멋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래서..
해당 글에서 이상적인 테크 리쿠르터는 단순히 후보자를 찾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파트너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하고 있다. 글을 읽고 느낀 바는 테크 리쿠르터는 회사와 인재 모두에게 파트너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회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파트너로서 수행하는 부분은 해당 회사의 온보딩 과정이 잘 만들어져있다면, 해당 회사의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메 맞는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근래에 아내가 스타트업의 운영팀 팀장으로 이직했다. 안타깝게도 해당 회사에는 온보딩 프로세스가 없었고, 스스로 알아서 적응해야하는… 회사 대표는 전 직원 회식 자리에서 내 아내에게 잡은 물고기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이자 부당한 대우이다. 그래서 현재 아내는 구인 중이다. 내가 볼 때는 정말 제대로 된 근무 환경만 만나면 잘 할텐데 너무 아쉽다.)
그리고 내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아내의 모습은 충분히 인재들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을 끌어당긴다. 이는 내가 가까이에서 보고 느낀 바이다. HR 업무 경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성과를 만들어낸 경험도 있고, 도리어 그를 상쇄할 수 있는 능력들이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끝으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의 9할 이상은 제 아내 자랑입니다. 특히 자신이 반한 주변 사람들에 대해 눈이 반짝이는 아내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다가가는 제 아내의 능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거 같아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뻔뻔함을 감수하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아내는 제가 이렇게 글을 썼는지도 모릅니다.(몰래 작성하고 있는 거라서요.^^) 본인 자랑을 워낙 민망해하는 사람입니다. 왜 경험과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 그래?라고 물으면 "나는 조용히 다른 이들을 빛나게 하는 역할이 좋아. 내가 도와준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으면 그걸로 좋아."라고 대답하는 사람입니다.
가볍게 커피챗을 하고 싶으시다거나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시다면 아내의 메일주소 혹은 페이스북으로 직접 연락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추가내용
지인분들의 상세한 추천사들을 추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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