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자연주의 출산.
인터넷을 살펴보면, 자연주의 출산이 아이를 위한 가장 나은 방법이다 or 옳은 방법이다 등의 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글들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유는 성공과 실패로 구분할 수 없을 뿐더러, 출산 당일 산모와 아이의 컨디션, 그들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임신 소식을 듣다.
아내에게서 처음으로 아아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빠들처럼 기쁘지는 않았다. 뭐라고 해야할까? 그냥 긴가민가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무덤덤했다. 우선, 나와 아내 둘 다 임신과 출산을 처음 접하는 상황이었다. 아는게 없으니 이젠 뭘 해야아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주변에 먼저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경험을 접할 수 있었다. 흥미로웠고,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연주의 출산을 찾아보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찾아보면 보통 이렇게 말한다.
자연스러움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며 태어날 아기와 부모 그리고 의료진이 함께하는 자유스럽고 편안하며 안전한 출산 방법이다.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약물의 사용이나 관행적인 의료 개입을 지양한다.
내가 만났던 조산사 분의 설명을 빌리자면, 과거에는 자연주의 출산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보편적인 방법이었다고 한다. 드라마 등에서 접하는 '산파'의 역할을 조산사가 수행했었다. 과거에는 조산원이 많았지만, 산업이 발전하고 법이 바뀜으로써 조산원은 사라지고 그 역할을 병원들이 대신 수행했다.
하나의 비즈니스 혹는 산업으로 접근하면서, 수술적 방법이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수술적 방법이 자연주의 출산 방법보다 시간이 덜 소요된다. 그 결과로 자연스레 잊혀진 방법이다. 즉, 과거에는 보편적인 방법이었지만 조산원들의 쇠퇴로 자연스레 사라졌다. 여성 연예인들이 자연주의 출산 방법을 통해 아이를 출산함으로써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긍정적인 상황이라 한다.
조언을 구하고 선택하다
주변에서 찾아보니 자연주의 출산을 시도하거나 고민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친구들 중 아빠가 외국인일 경우, 출산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들과 고민을 나눔으로써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친구들이 추천한 책들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당시 내가 틈나는대로 봤던 책은 '출산 동반자 가이드'라는 책이었다.
최종적으로 방법을 선택하는데 있어, 나는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유는 직접 겪는 당사자인 아내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내 역시 자연주의 출산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민하였고, 우리는 해당 방법으로 출산 과정을 준비했다.
그리고 자연주의 출산을 시도했지만,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친구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리(부모)가 원한다고 되는게 아니더라. 뱃 속에 있는 아이의 선택이 중요하다. 시간을 흘렀음에도, 아이가 나오지 않으면, 수술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아이와 엄마 모두, 감염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주의 출산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는 생각 등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엄마와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하다. 성공/실패 이런 관점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아빠/엄마가 모두 노력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경험이다.
자연주의 출산 방법을 선택한 뒤부터는 관련 병원을 알아보고,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적극 참여하였다. 우리가 선택한 병원에서는 아빠와 엄마가 함께 준비하는, 약 8주의 기간이 소요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해당 프로그램들을 통해 자연주의 출산에 관한 정보와 그에 관련된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출산
출산 예정일은 어린이날 전후였다. 아이가 어린이날에 태어나면 생일이 곧 어린이날, 생일과 어린이날을 따로 챙길 필요가 없겠다고 아내와 농담을 했었다. 예정일보다 이른 4월 27일 오후에 진통이 왔고,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동했다.
병원에 도착하여 진료를 받으니, 바로 입원하는게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를 받았다. 그리하여 조산사와 함께 바로 출산을 준비하였다.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 조산사, 둘라가 이해관계자로 참여한다. 여기서 조산사는 의료적인 처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의료인이다. 둘라는 산모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비의료인이다. 경험을 바탕으로 산모를 적극적으로 돕는다.(찾아보니 2020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약 20명 정도의 둘라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부부가 아이를 낳은 환경은 집과 비슷한 편안한 장소였다. 거의 모든 환경이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아기에게 맞춰 진행된다. 환경에 대한 정보들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오후에 입원하여 몇 시간의 진통 끝에 아이가 태어났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아이의 태명(뎅이, 복뎅이의 뎅이다.)처럼 상당히 운이 좋았다. 뱃 속의 아이가 거꾸로 있거나, 내려오지 않으면 부부가 아무리 자연주의 출산을 원하더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위험에 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수술을 선택해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리의 경우는, 함께 했던 조산사도 매우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직접 내 눈으로 봤다. 당시에는 먼저, 아내와 아이 모두 안전하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했다. 경이롭다는 표현을 그와 같은 순간에 써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막 태어난 아이가 아내의 품에 안겨 숨을 쉬는 순간, 그리고 내 품에도 안겨 숨을 쉬는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생각
간혹, 출산에 대한 경험/후기를 찾아보면, 아이가 태어난 순간을 봄으로써 원치 않는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글들을 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는 글들도 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출산과정 전반에 참여한 내 지인들, 특히 아빠들의 경험에서 살펴봤을 때, 아이의 아빠로서 출산 과정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행복했다는 이들이 더 많았다. 다들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 말한다.
또한, 자연주의 출산을 시도했지만 어쩔 수 없이 수술적 방법을 선택했더라도 그 자체가 실패도 아니며, 잘못된 것도 아니다. 죄책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이의 안전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운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출산과정을 함께 함으로써, 안전하게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아이가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성장하고 있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의 누군가가 자연주의 출산을 고민하고 있다면, 적극 추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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