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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려고 한다.

책을 쓰고 싶다. 이야기를 통해 작은 변화라도 만들고 싶다.
책을 쓰려고 한다.
Photo by RetroSupply / Unsplash

작년 연말,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제주도로 2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배우자는 다른 도시에서의 원격 근무 환경을 테스트해 보고 싶어했다. 나는 정부가 바뀐 이후로, 그 뒤에 벌어진 여러 뉴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과거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타인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적극 반대하는 입장이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디어를 얻다.

제주도에서 낮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를 멀리하며, 올해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한 내용들을 소셜미디어에 간략하게 적었다. 머무는 동안, 누구보다도 하이브아레나를 지지/응원해주시는 전정환 前 제주창조경제혁신 센터장님(이하 정환 님)과 정환님의 배우자이신 진아님을 뵈었다. 우리 가족과 정환님 가족이 만나는 자리였다.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정환님이 궁금해하셨던 하이브아레나의 문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뵌 진아님도 마찬가지로 많은 질문을 주셨다. 오랜만에 즐거운 자리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분의 초대로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를 또 한 번 가지게 되었다.

해당 자리에서, 정환님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셨다. 책을 써보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보면 좋을 거 같다는 것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내가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어떤 이야기를 쓸까? 차별점이 뭐가 있는가?

아이디어를 제안받기 전까지는 책을 쓴다는 생각을 아예 해보질 못했다. 나뿐만 아니고 배우자도 마찬가지였다. 내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면 무엇을 써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 다른 이야기가 있어야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창업 경험이 있다.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창업을 선택했다. 일반적으로 취업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창업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코리빙 스페이스로 비즈니스를 변경한 경험도 있고, 운영 과정에서 배운 경험들이 있다.

새로운 주거 공동체를 만들었다.

외국인 원격근무자, 미국 및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원격근무자들과 함께 하이브아레나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4년(코워킹과 코리빙)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 코워킹으로 운영할 당시에는 함께 일하며 시간을 보냈고, 코리빙으로 운영할 당시에는 한집에 살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이브아레나는 포브스, 패스트컴퍼니에 등장했다. 또한 세계 최대의 코워킹 스페이스 사이트, 코워커닷컴에서 2018년 서울을 대표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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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존중은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는 한국 사회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자 더 많이 요구되는 부분일 것이다. 전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외국인들과 어울리면서 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인종, 종교, 성적 지향을 넘어 나와 배우자(공동 창업자)는 "하이브 식구(Hive Food Gang)"이라는 독특한 스타일의 공동체를 그들과 함께 만들었다. 우리는 커뮤니티라고 부르지 않는다. 주요 코어 멤버들과 함께 동일한 이름의 대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이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출생률 저하, 인구 감소가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지만, 가부장제 혹은 정상 가족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마치 하나의 큰 장애물처럼 여기질 정도이다.

기존에 운영했던 하이브아레나는 "하이브 식구"라는 공동체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모습을 준비 중이다. 꿈은 크게 꾸어야 하니까, 원격근무자들의 작은 마을 단위를 만들 계획이다. 전 세계 각지에서 하이브 식구의 구성원으로 살고 싶은 원격근무자들이 모여 다양한 형태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특정 도시에 모여 하함께 2~3개월을 살 수도 있고, 물리적인 형태의 마을의 모습을 이룰 수도 있다.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근간을 이루는 주거공동체를 만들어 한국 사회에 작은 충격을 던지고 싶다.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는 아빠이다.

결혼할 당시부터, 가사노동을 줄곧 담당하고 있다. 가사노동의 비중을 굳이 나눠보자면 내가 80%, 배우자가 20%정도 하는 모양새다. 아이의 육아는 모유 수유가 끝난 시점부터, 일하고 싶어 하는 배우자를 위해 내가 육아를 전담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3년 넘게 육아를 전담하는 중이다. 육아를 계속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내를 테크 리쿠르터로 추천합니다
테크 리쿠르터를 찾는 창업자 그리고 회사들을 위해 작성했다. 대체 불가능한 능력을 가지 인재를 꼭 데려가셨으면 좋겠다.

배우자의 커리어 성장을 누구보다도 응원한다. 그래서 실제 배우자를 테크 리쿠르터로 추천한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해당 글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고, 배우자는 실제 해당 직업으로 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가사노동과 육아의 대부분을 전담하는 한국 사회의 가족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교육의 기회를 누리고, 인권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다양성을 인정, 존중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남에 따라 가족의 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과 같은 나라들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 아이에게 기혼 가족의 자녀에 준하는 대우를 보장해주는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에는,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적극 참여하는 남성들로 인해 가족 내에서의 이상적인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불과 반세기 만에 선진국에 진입하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안타깝게도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 머물러 있다. 그 성장의 이면에는 엄마라고 불리는 여성들의 희생이 있었다. 결혼과 출산을 함과 동시에 사회 진출은 포기하고, 남편의 내조와 아이 양육을 자기 일로 여겼다. 그렇게 가부장제는 만들어졌다.

반면, 자녀 세대의 여성들은 과거의 여성들에 비해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누렸다. 동시에 엄마의 희생을 보며 성장했다. 그로 인해 가부장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같은 나이대의 남성들은 여성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남녀 간의 성평등 및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상당히 큰 편이다. 최근 들어서는 여성들로부터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등장하고 있다.

가족의 형태와 남녀의 성역할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 사회들과 한국 사회를 비교해봤을 때 그 차이는 점차 커지고 있다. 0.7명대의 출생률이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더 늦기 전에 가부장제와 성역할에 있어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나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하이브 식구를 만들며, 배우자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쓴 책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와 성역할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가능성 혹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작성한 이 글을 읽고 출판사 관계자들을 비롯한, 그 주변에 추천할 수 있는 분들이 메일 주소 me@jongjinchoi.com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연락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재밌는 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