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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1️⃣

트위터는 타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 나름의 기준을 바탕으로 그간 노력해왔다. 하지만 2022년 큰 변화를 맞이한다. 일론 머스크가 44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것이다. X로 바뀌면서 그에 의해 망가지기 시작한다.
일론 머스크와 트위터 1️⃣

최근 프리랜서로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을 시작했다. 일과 육아의 균형을 잡아보고 있는데, 마침 어린이집 방학과 겹쳐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여하튼 이번 주말이 지나면 끝난다.

7월에 벌어진 트럼프 총격 사건, 파리 올림픽 개막 등의 이슈들로 인해 어느때보다 소셜미디어는 시끄럽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여 X로 바꾼 뒤, 극우(Far-Right) 그룹의 목소리가 유독 커졌다. 어찌되었든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겠지만, 그 나아가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Woke와 관련하여 내가 주목하는 이슈들을 소개한다.


Woke의 등장

2010년대부터 Woke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2017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록된 정의는 이렇다.

woke, adjective: Originally: well-informed, up-to-date. Now chiefly: alert to racial or social discrimination and injustice; frequently in stay woke.

'Woke'의 배경을 소개하면 이렇다. 1930년대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 커뮤니티에서 인종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 경계하고 의식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Stay Woke'라는 구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4년 '퍼거슨 시위(Ferguson Unrest)'으로 인해 더욱 대중화되었다.

'퍼거슨 시위(Ferguson Unrest)'에 대해 설명하면, 18살의 마이크 브라운이라는 흑인 청년이 대런 윌슨이라는 백인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당시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브라운은 비무장 상태였다. 항복 의사를 경찰에게 표명했지만, 경찰은 과잉대응으로 그를 공격하였다. 이후 법원 판결에서는 해당 경찰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그로 인하여 시위는 격해졌다. 배경이 되는 지역의 이름이 미주리 주에 속한 퍼거슨 시였다.

이 사건을 소개한 'Stay Woke: The Black Lives Matter Movement'라는 다큐가 있다. 흑인 영화 배우이자 인권 운동가인 제시 윌리엄스(Jesse Williams)가 제작한 다큐다.

'퍼거슨 시위'를 계기로 BLM 운동은 미 전역의 주목을 받다. 이듬해,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은 공식적인 조직 구조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많은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BLM 운동은 2020년에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BLM 시위이다. 미 전역은 물론이고, 전세계로 확산되었으며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로 성장했다.

다양성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발 맞추어 많은 기업들이 노력하였다. 그 결과 'Woke'는 하나의 흐름으로 주목받아왔다. 'Woke'는 우리가 흔히 접한 PC(정치적 올바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가까운 사례를 들자면 인어 공주에 '할리 베일리'라는 흑인 가수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사례를 들 수 있다. 또한 스타워즈에 이정재 씨가 제다이로 캐스팅된 사례도 비슷한 예이다.


'Woke mind virus'의 등장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Woke'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올바름(PC)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사회는 분열되었다. 2020년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미 국회의사당이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공격당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트위터는 민주주의에 직간접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 앤드류 테이트 등 극단적인 발언 및 행동을 취하는 극우 인물들의 계정을 정지시킨다. 이 조치는 유저 간(극우와 상식있는 이들)의 정치적 대립은 물론, Woke에 대한 논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얼마 뒤, 파워 트위터리안(트위터의 해비 유저)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결심한다. 인수 과정은 논란의 중심에 서며 꽤 시끄러웠다.

2018년 6월, 그의 트윗을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테슬라가 4년 연속 LGBTQ 평등 평가에서 100점을 받았다고 자랑한다. 해당 사실에 대해 불만이 있는 사람들에게 혹시 문제가 된다면 테슬라 차를 사지 말라고 말하며,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3년이 흐른 2021년 12월, traceroute woke_mind_virus라는 트윗을 돌연 남겼다. traceroute는 네트워크 경로를 추적하는 명령어이다. 'Woke mind virus'를 추적한다는 뜻이다. 미디어들은 이쯤부터 그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미국의 보수 우익 매체인 The Babylon Bee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적도 있다.

그리고 보수 성향 패러디 매체인 The Babylon Bee과의 인터뷰를 했다. 주된 내용은 'Wokeness'가 유머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있으며, 현대 문명 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널리 퍼진 '깨어있는 의식 바이러스(Woke mind virus)'는 아마도 수익 창출에 있어 가장 큰 위협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사회를 목표로 하지만, 유머러스한 것은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합니다. 'Wokeness'는 코미디(아마도 희화화)를 불법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건 멋지지 않습니다. 그 핵심에서 'Wokeness'는 분열적이고, 배타적이며, 증오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못되고 악의적인 사람들(본인의 반대편에 있는 좌파들)에게 거짓된 미덕으로 남을 괴롭히며 잔인하게 행동할 수 있는 방패(무기)를 제공합니다.

그는 본격적으로 트위터 인수를 시도한다. 2022년 4월 25일, 그의 인수제안을 트위터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수락했다. 단, 인수 제안을 수락했을 뿐이지 인수가 완료된 것은 아니었다.

같은 해 5월,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은 분열과 증오로 얼룩져있기 때문에, 그에 반하여 앞으로는 공화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그의 성전환한 자녀(아들->딸)가 18세가 되자, '성 정체성과 더 이상 어떤 방식으로든 생물학적 아버지와 관련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라는 이유로 이름을 Xavier Musk에서 Vivian Jenna Wilson으로 바꾸고 싶다는 청원을 넣었다. 당시 많은 미디어들이 일제히 그 소식을 보도했다.

미디어들은 이 사건이 그의 정치 성향(극우 성향으로 바뀌는)이 급격히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유추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인수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트위터를 인수한 배경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 주목할 부분은 'Woke mind virus'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Woke mind virus가 가장 많이 있는 곳을 트위터라고 여겼고,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서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Elon Musk owns Twitter. Now what?
Musk has tweeted a lot of ideas about how he plans to change Twitter. Here are some of the most significant ones.

Vox에 일론 머스크가 원하는 X의 모습이 잘 정리되어 있다.

Two Weeks of Chaos: Inside Elon Musk’s Takeover of Twitter (Published 2022)
Mr. Musk ordered immediate layoffs, fired executives by email and laid down product deadlines, transforming the company.

트위터를 인수한 뒤 2주간의 기행이 기록되어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인수를 완료하고, 트위터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X로 이름을 바꾸기로 한다. X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플랫폼(Make Twitter a “free speech” platform)을 목표로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론 머스크는 과거의 행동을 보면 비정치적 온건파였다. 2020년 이전까지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모두에게 기부했었으며, 2008년 대선에서는 오바마 후보에게 기부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민주당을 비난하며 공화당 지지를 선언했다. 인수 과정 속에서는 자신의 과거 트윗에 '2018년에 내가 이렇게 말했었지..'라는 멘션을 적었다.


극우(Far-right)진영 편에 서다

2022년 10월 28일, 트위터를 완전히 인수하고 'Woke'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인수 이후 벌어지는 일들을 살펴보면 의도적이다.

트랜스젠더 혐오

같은 해 3월, USA Today가 미국 보건복지부 차관보를 지내고 있는 레이첼 레빈(Rachel Levine)을 '올해의 여성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레이첼 레빈(Rachel Levine)은 미 상원에서 인준된 최초의 공개 트랜스젠더 공무원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직급의 공개 트랜스젠더 공무원이다.

앞서 언급한 극우 매체인 The Babylon Bee는 레이첼 레빈을 자신들의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남자"이라고 소개했다. 그들은 레빈을 포함, 트랜스젠더를 조롱하기 위해 해당 이벤트를 선보였다. 트위터는 혐오를 조장하는 그들의 계정을 신속하게 정지시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계정은 영구 금지 처분을 받았다.

11월 19일 정지되었던 일부 극우 계정들을 복구시킨다.

그들의 계정은 복구되었다.

히지만 일론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Free Speech)를 언급하며, 정지되었던 극우 성향의 계정들을 복구시켰다. 그리고 The Babylon Bee는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본사에 싱크대를 들고 들어오며 남긴 트윗 'Let that sink in'과 동일한 트윗을 남겼다. Let that sink in은 '충분히 생각해봅시다라.'는 뜻의 관용구로 쓰인다.


동성애자 음모론을 퍼뜨리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폴 펠로시)이 자신의 집에 침입한, 망치를 든 괴한으로부터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전직 영부인이자,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공화당이 "증오와 미친 음모론"을 퍼뜨렸다며 비난하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힐러리 씨의 트윗에 폴 펠로시와 남성 매춘부 사이의 분쟁으로 인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근거 없는 기사 링크과 '이 이야기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있을 가능성이 조금 있습니다.(There is a tiny possiblity there might be more to this story than meets the eye)'라는 답변을 남겼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자, 일론 머스크는 사과하는 트윗을 남겼다.

칼럼니스트인 몰리 종 패스트(Molly Jong-Fast)는 그의 트윗이 '광고주들이 플랫폼(트위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신뢰를 무너뜨릴 것'라고 말했다. 그녀는 정치 평론가로, The Atlantic에 잠깐만요, 뭐라고요?(Wait, What?) 시리즈를 기고한 바 있다. 실제 많은 광고주(기업)들은 트위터에서의 광고를 안하기로 결정한다.


Woke에 대한 혐오

사무실에 출근한 일론 머스크는 얼마나 Wokeness를 싫어하는지 행동으로 보여준다. 미디어에 따르면 '이 빌어먹을 새들은 다 없어져야 한다.(All these damn birds have to go.)'고 말하기도 했다.

트위터 사무실 옷장에서 발견한 티셔츠를 공유했다.

트위터 사무실에서 'Stay Woke' 구호가 새겨진 티셔츠를 발견하여 조롱하고자 공유한다. 그리고 다음 날 'Stay @ Work'라는 티셔츠를 만들어 선보인다. 이 역시도 조롱이 목적이다.

바로 다음 날, 조롱의 의미로 STAY @ WORK라는 티셔츠를 만들었다.


특정 인물과 성소수자를 향한 조롱

그는 코로나는 거짓, 음모라며, 당시 보건 정책을 책임졌던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검찰이 조사해야 한다는 의도로 '내 대명사는 검찰/파우치(My pronouns are Prosecute/Fauci)'라고 조롱하는 트윗을 남겼다.

극우 성향의 미시건 주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 의원은 그의 트윗을 지지한다.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는 Covid-19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재개 지침인 ‘미국을 다시 열자(Open America Again)와 관련하여 경제 활동을 성급하게 재개할 경우 '정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립 관계는 아니지만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일론 머스크가 작성한 트윗은 LGBTQ 커뮤니티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조사가 필요하다면, 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 된다. 논바이너리 대명사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은 고의적으로 그들을 조롱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X로 바뀌면서 일론 머스크 소유의 (비상장) 개인 회사가 되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그는 여성, 장애인,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적대감을 보여주었다. 그의 기이한 행동들을 정리한 뉴스들이 있지만, 트위터에서 내가 눈여겨봤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그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다음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