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보고
PD수첩 "인구절벽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영상의 링크를 공유한다.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한다. 다들 고개를 끄덕끄덕 하실거다.
- 전반부 링크: https://bit.ly/3ZztdUK
- 후반부 링크: https://bit.ly/3mrr6UD
바쁘신 분들을 위해서 영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의 삶을 추적해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 비수도권의 안정된 직업군은 해당 지역에 정착하여 결혼 & 출산을 한다.
- 일자리를 찾아 청년의 절반 이상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한다.
- 수도권에서의 고용불안 및 높은 집값, 생활비로 인해 결혼 & 출산이 포기/지연된다.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해당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정리하면 이렇다.
- 지방 도시에서의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부족
-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주
- 그로 인해 발생하는 치열한 경쟁과 고용 불안 상태
- 높은 집값과 생활비
- 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 현상
즉,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현실에서 결혼과 출산을 이야기할 수 없는거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전략으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을 하면 신혼집을 구해야 하고, 아이를 낳으면 양육비가 들어간다. 미디어(아이 낳아 대학까지 보내려면 직장인 10년치 연봉 쏟아부어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최소 3 ~ 4억이 들어간다고 한다. 양육비에 집값까지 더하면 정말 답이 없다. 최저 시급이 아직도 10,000원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높은 집값, 생활비, 양육비를 감당할 수 있나?
PD수첩의 PD가 마무리 멘트로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생산 인구가 줄어든다. 또 내 연금을 내 줄 세대가 줄어든다는 등 기성세대 관점에서 기득권이 훼손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조금 더 높습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치기 전에 청년들의 행복한 삶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우선입니다. 기성 세대가 양보할 것은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 아닐까요?"
기성 세대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들이 부모의 자격으로 각자의 자식을 위해 만든 치열한 경쟁 시스템이 자리잡은 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이다. 지금의 청년들은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상황이다. 후반부 영상의 말미에 등장하는 표현처럼 아주 커다란 웍에 취업, 결혼, 출산이라는 과업으로 청년들이 튀겨지고 있는 현실이다. 기성 세대들의 "내 자식만큼은 나보다 잘났으면 하는" 마음이 한데 모여 경쟁이라는 커다란 웍을 만들었다 생각한다.
이제는 그 웍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웍의 형태 및 방식을 바꿀 것인가? 필요하지 않다면, 다른 대안은 뭐가 있을까?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수정해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웍이 문제가 아닌 그 속의 재료들이 문제있다고 말한다. 기성 세대들도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그저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찾았고, 그 방법을 선택했을 뿐인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게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추가하자면 이렇다.
- 끝없은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박과 과도한 기대
해결이 가능할까?
해당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이유와 내가 더한 이유를 다시 정리한다.
- 지방 도시에서의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 부족
-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주
- 그로 인해 발생하는 치열한 경쟁과 고용 불안 상태
- 높은 집값과 생활비
- 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 현상
- 끝없은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박과 과도한 기대
우리는 경쟁을 통한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 빨리빨리 문화와 더불어 사회의 미덕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경쟁의 강도 및 압박은 그 정도가 한참 지나쳤고, 많은 이들이 그로 인한 피로감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그로 인한 부담은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청년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20년간 200조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경쟁은 세대를 거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점점 치열해졌다. 결혼과 출산에 들어가는 비용은 과거보다 더 크게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개인의 생존 문제로 연결되는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기존의 시도와는 다른 형태의 시도를 한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양한 움직임들이 일어난다. PD수첩에서도 나왔듯이 지역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으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역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도가 꾸준히 일어난다.
일자리 창출은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움직임이다. 그런데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과연 생각만큼 현실성이 있나?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가 있으려면, 지역에 사람을 고용하는 비즈니스가 존재해야 한다. 비즈니스의 영역은 다양하다. 중장년층에게는 주로 귀농,귀촌을 권한다. 농사도 쉽지 않다.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 청년들 입장에서 봤을 때 지역에서 그나마 진입장벽이 낮고, 쉽게 접근가능한 영역이 식음료(F&B)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지역에서의 식음료 분야의 창업이 과연 할만한가? 생각해봐야 한다.
지역의 인구는 알다시피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향후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정구역의 숫자가 89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소비가능한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역에서 구매가능한 고객이 줄어듦을 의미한다.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해 지역을 살릴 수는 있다. 그런데 계속 관광객이 지역을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많은 지방 도시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로 잠시 중단되었던 해외여행이 본격화되면 이제는 다른 나라들의 도시와 경쟁해야 한다. 관광객 유치는 지역이 버틸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쉽지 않다.
청년 이주민들의 F&B 비즈니스 창업은 비슷한 영역에 놓여있는 지역민들의 생산활동과 경쟁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기존 지역민도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새로 이주한 이주민도 카페를 창업해서 운영한다면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에서 고객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여러모로 쉽지 않다.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으니,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 원격근무자들이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지속가능성에 대해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우선 그들의 생산활동은 지역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주로 서울/수도권에서 이뤄진다. 현지 지역민들과 생산활동도 겹치지 않는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지 않아도 된다. 생산은 대도시에서 일어나는 반면, 그들의 소비는 그들이 지금 머물고 있는 지역에서 이뤄진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생산활동은 서울/수도권에서, 소비활동는 지역에서.
더 크게 생각해보자.
실리콘밸리/유럽의 대도시에서 온 외국인 원격근무자들이 한국의 지방에서 머문다면?
생산활동은 실리콘밸리/런던/베를린에서, 소비활동는 한국의 지방에서 이뤄진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코로나 이전까지 나는 하이브아레나라는 코워킹&코리빙 스페이스를 만들어 전세계 원격근무자들을 서울로 찾아오게 만들었다. 실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의 지방 어딘가에 원격근무자들의 마을을 만드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한 번 더 크게 생각해보겠다.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원격근무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한국의 지방에서 머문다면?
한국 사회에는 없는 다양성을 통해 치열한 경쟁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우선 상상해보자. 도시를 떠나 지방에 정착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논다. 자연을 가까이에 둔 학교에서 배운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외국인 원격근무자 삼촌/이모들로부터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는 물론이고, 그들에게서 코딩도 배운다. 그들의 경험과 문화를 배운다.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한국 사회의 치열한 경쟁 분위기과 그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압박 등으로부터 전세계의 원격근무자들이 모여사는 공동체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적어도 외국인 원격근무자들과 2년 가까이 함께 살아본 내 경험을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대답은 네(YES)이다.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다. 도리어 그들의 경험과 그들이 성장한 문화와 섞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
일자리와 같은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국 사회의 경쟁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긍정적인 미래는 없다고 본다. 지금과 동일한 모습의 미래라면 모두가 죽어라 경쟁만 하다가 각자의 삶을 마감한다.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보면 대충 결과는 예상할 수 있다. 경쟁 시스템을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정말 10대 친구들은 한국을 떠나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들이 느끼는 사회적 압박과 기대의 무게감은 과거 세대보다 더 무거울 테니까.
과연 내가 말한 모습을 만드는 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의심이 들 수도 있다. 우리는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적었다. 지금까지 남들과 다르면 안 돼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서 살아왔다. 나도 그랬었다. 내가 원격근무자들과 함께 일하고, 그들과 함께 살기 전까지는. 심지어 난 해외로 나가본 적도 없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둘씩 만든다면 가능하다. 정부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20년이라고 한다. 동일한 시간을 투자하여, 아이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환경을 한국의 지방 도시에 만들 수 있다면 해볼만한 투자 아닌가? 그리고 그 성과가 다른 지역에도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줄 수 있다면.
우리와 같은 이미 풍부한 경험과 전세계에 걸쳐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팀과 뜻을 모아 현실로 가능하게, 일을 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 한국의 지방 어딘가에 전세계의 원격근무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머문다. 그리고 그들이 해당 지역을 집으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찾는다면, 또한 전세계로 소문이 퍼져서 더 많은 이들이 해당 지역으로 찾아온다면, 지역의 소멸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 특히 아이들이 지역에서 성장한다면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할 수 있다. 아이들이 필요한 학교가 생길 수도 있다.
당신은 내가 만들려고 하는 마을의 주민이 될 수도 있다. 또는 꾸준히 방문하는 관계인구가 될 수도 있다. 마을을 만드는 데 있어 자금을 투자하는 투자자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내가 함께 멋진 공동체를 만들면 된다.
끝으로 저출산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적는다. 솔직히 출생률에서 갑자기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 현재의 인구가 유지될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냉소적으로 볼 수 있지만. 그나마 해결가능한 주체인 정부도 수년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해결하고자 노력했지만 딱히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인구 감소는 이미 바꿀 수 없는, 정해진 수순의 현상이다. 인구가 얼마나 감소할지는 아무도 모른지만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나마 노력한다면 미래 세대들을 위해서 속도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방법을 전세계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다. 한국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박과 부모가 자식에게 거는 과도한 기대감이 존재한다. 그것을 개인이 벗어나기에는 쉽지 않다. 나는 다양성을 통해서 그걸 바꾸자는 거다. 경험한 사람들이 드물다면 경험한 사람들의 숫자를 늘리면 된다.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을 일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다.
해당 글을 읽고 무언가 설레이는 마음이 생기신다면, 편히 저에게 연락주시길 바랍니다.이메일 주소(jongjin.choi@hivearena.com)로 연락주시거나, 지역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듣고 있으니 편하게 커피챗을 신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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