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총격 이후, 트위터 트롤들이 놓친 이야기
지난 주말,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칠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 대선 관련하여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연설을 하던 중 총격 피습을 당했다. 이 뉴스는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보도되었다.
먼저, 트럼프는 무사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현재 X)에서는 총격 피습 관련 소식을 다룬 트윗들이 등장했다.
조롱의 시작
그 중 하나의 트윗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트위터를 인수해서 현재의 X를 만든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었다.
'So before being put in charge of protecting the PRESIDENT, she was guarding bags of Cheetos...'
번역하면,
'그러니까 대통령을 경호하는 중책을 맡기 전에는, 그녀는 치토스(펩시의 과자 브랜드) 봉지를 지켰다는 거군요...'
현재 비밀 경호국 국장을 수행하고 있는 킴벌리 치틀(Kimberly Cheatle)의 능력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일론 머스크의 트윗은 비밀 경호국에 대한 조롱을 끌어낸다. 그 중에서도 여성 경호원들에 대한 조롱으로 심화된다.
먼저, 비밀 경호국에 대해 살펴보자.
비밀 경호국은?
비밀 경호국에 대해 소개하자면, 미국 비밀 경호국(United States Secret Service, USSS)은 대통령, 부통령, 그들의 가족, 그리고 주요 공직자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또한, 미국의 금융 인프라 및 중요 시설과 관련된 범죄를 수사한다. 1865년 링컨대통령 시절에 창설되었다.
주로 대통령과 같은 주요 인물에 대한 경호, 국제적 규모의 금융 범죄 수사, 금융 인프라를 위협하는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현재, 대통령과 그 가족 그리고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을 경호를 맡고 있다. 전직 대통령인 트럼프에 대한 경호는 비밀 경호국의 업무 범위에 속한다.
킴벌리 치틀(Kimberly Cheatle)은?
비밀 경호국의 27번째 국장이자, 여성으로서는 2번째로 임명된 인물이다. 1995년도에 비밀 경호국으로 들어와서 2019년까지 약 24년을 근무했다. 2019년도부터 2022년까지는 PepsiCo(펩시를 만드는 회사)에서 북미 시설 글로벌 보안 책임자로 일했다. 대통령 및 고위 인사 경호를 담당하는 부서의 부국장을 지낸 최초의 여성이기도 하다.
2022년 비밀 경호국의 국장으로 임명되며, 2030년까지 경호 인력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공언한 인물이다. 대표적인 남초 업계인 경호/보안 분야에서 DEI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연방 공무원 중 뛰어난 성과를 보인 사람에게 수여되는 상인 대통령 등급상(Presidential Rank Award)을 수상하였다.
DEI는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뜻한다. 이는 1960년대 미국 시민권 운동부터 이어져 온 긴 과정의 일부로,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그에 따른 BLM 운동을 계기로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이후 많은 정부 조직 및 기업에서 DEI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DEI는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현재 미국 사회에서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다.
대통령 경호 실패에 대한 비판
결과적으로, 비밀 경호국의 임무는 실패했다.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관련된 소식으로는 진상규명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비밀 경호국 국장은 증인으로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관련 인터뷰에서 회피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비밀 경호국의 경호 실패는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결합된 결과일 수 있다. 여기에는 정보 수집의 문제, 계획과 준비의 부족, 현장의 즉각적인 대응 부족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경호 작업은 매우 까다롭고 위험한 작업이며, 성별에 관계없이 경호원들은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들이다.
뉴욕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유세 현장의 경우에는 비밀 경호국과 해당 주의 지역 경찰이 협조한다. 비밀 경호국 단독으로 모든 경우를 대응할 수는 없다고 한다. 또한 일론 머스크의 트윗 내용처럼, 비밀 경호국 국장은 비전문가가 아니다. 24년 넘게 비밀 경호국에서 작전을 수행해 온 전문 인력이다.
여성에 대한 조롱
일론 머스크의 트윗은 '여성은 비밀 경호국이라는 조직을 이끌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조롱의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의 트윗은 더 많은 조롱을 생산해냈다.
트윗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여성 경호원에 대한 조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비밀 경호국 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조롱이 이어지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편견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호 업무와 같은 위험한 일에는 여성이 어울리지 않는다. 부적합하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의 DEI 정책 기조에 불만있는 사람들(주로 트럼프 지지자들이다.)의 조롱까지 더해져 점점 심해졌다. 이러한 조롱에 기름을 부은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윗을 조용히 삭제했다. 당시 트윗의 링크를 눌러보면, '이 페이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른 페이지를 검색해 보세요.'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여성은 정말 경호 업무에 부적합한가?
자신의 트윗을 삭제 후, 머스크는 위 트윗을 작성했다.(삭제할까봐 캡쳐했다.) 그는 '신체 사이즈가 작은 여성이 신체 사이즈가 큰 남성을 경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가능하다면 '타스의 브리엔느' 정도여야 한다.'고 말한다.
찾아보니 '왕좌의 게임'에서 해당 역할을 맡았던 배우 그웬돌린 크리스티는 키가 실제 191cm이다. 헐리우드의 최장신 배우 중 한 명이다. 미국 남성의 평균 키는 약 5피트 10인치, 180cm이다. 무려 11cm가 크다. 매우 보기 드문 경우를 예로 든 것이다.
그의 생각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사례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트럼프 피격 사건과 비교하여 등장하는 사례가 1981년, 43년 전에 발생한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이다. 실제 트위터(현 X)를 살펴보면 많이 비교하고 있다.
존 힝클리 주니어라는 25세의 청년이 워싱턴 D.C.의 힐튼 호텔 밖에서 레이건 대통령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총알을 맞았지만, 신속한 대처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당시 요원들이 주고받은, 공개된 무전 내용에 따르면 다섯 명의 요원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윌리엄 그린, 레이 샤딕, 제리 파,토마스 드류 언루, 메리 앤 고든(여성)
다섯 명 요원의 역할을 이러했다. 그린 요원과 샤딕 요원은 상황을 보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파 요원은 당시 레이건 대통령 옆에 있었고, 대통령의 상태를 파악하는 역할이었다. 언루 요원은 대통령 차량을 운전했다. 고든 요원은 백업 리무진에서 작전을 수행했다.
대통령이 공격을 당했을 경우, 백악관으로 신속히 복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복귀 중 파 요원이 레이건 대통령이 총을 맞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병원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급박한 상황, 선두에서 호위하는 경찰 인력과의 무전이 닿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고든 요원은 백업 리무진으로 대통령 리무진을 추월하여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도록 선두에서 이동 경로를 확보했다. 그 결과 대통령의 리무진은 사건 발생 후 3분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다섯 요원의 팀웍이 대통령을 살린 것이다.
메리 앤 고든 요원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비밀 경호국에 입사한 최초의 여성 요원 10명 중 한 명이었다. 가장 중요한 대통령 경호를 수행하는 요원이었다.
이 사례는 경호 업무에서 성별보다는 전문성, 팀워크, 그리고 빠른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즉, 트럼프 경호의 실패는 특정 성별의 능력이 부족함이 아닌, 경호국 작전에 실패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성별이 아닌 능력, 팀워크
레이건 대통령 피격 사건에서 보여준 메리 앤 고든 요원의 활약은 경호 업무에서 성별이 아닌 전문성, 팀워크, 그리고 상황을 대처하는 빠른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4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트럼프 총격 사건의 경호 실패는 특정 성별의 능력 부족이 아닌, 경호국 작전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성차별적 트윗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해악을 끼친다.
킴벌리 치틀 국장이 추진하는 DEI 정책은 단순한 여성 비율 증가가 아닌, 다양한 관점과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확보하여 더욱 효과적인 경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을 되돌아보며 특정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고하고, 능력과 전문성이 성별과 무관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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