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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가족이 아니다.

흔히들 가족 같은 분위기의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정말 가족이 될 수 있나?
회사는 가족이 아니다.

지난주 토요일, 짧지만 흥미로운 글을 봤다. Basecamp의 공동창업자인 DHH가 작성한 짧은 글이다. 제목은 "The company isn't a family."이다.

참고로 DHH는 Ruby on Rails를 만든 사람이다. 피터 틸이 트럼프를 지지했을 당시, 피터 틸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Y-combinator에 변화(피터 틸을 파트너에서 빼라)를 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회사는 VC의 투자 없이 성장한 Bootstrapping Company로 성공한 사례로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의 스타일인 돌직구다.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글에서 DHH가 이야기하는 바는 아래 문단에 요약되어 있다. Basecamp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Jason Fried가 Highlight 표시를 한 문단이기도 하다.

The best companies aren’t families. They’re supporters of families. Allies of families. There to provide healthy, fulfilling work environments so when workers shut their laptops at a reasonable hour, they’re the best husbands, wives, parents, siblings, and children they can be.


글을 읽고

우선, 나는 DHH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나도 작은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많이 이야기했다. 그리고 직원을 고용할 때도 비슷하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의문이 생겼다. 내가 고용한 직원의 삶 일부를 과연 책임질 수 있는가? 솔직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공간 오픈 당시, 고용했던 했던 친구들이 그만둔 이후에는 더 이상 고용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에게 확신이 들 때까지는 말이다. 투자유치 없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고용한 사람에게 월급을 안정적으로 줄 수 없다면, 고용할 생각이 없다. 함께 일한다 하더라도 고용형태보다는 프리랜서 계약과 같은 형태를 선호할 거 같다.

그래서 DHH가 언급한 것처럼 가장 좋은 회사는 가족이 아니며 가족들의 지지자이자 연합이라는 것에 크게 동의한다. 말 그대로 업무가 끝났을 때, 누군가의 가장 좋은 배우자이고, 부모이며, 형제, 자매, 그리고 자녀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나누고 싶은 생각들..

먼저, 회사가 개인보다 우선시될 수는 없다. 나와 같은 창업자의 경우에는 삶과 회사가 어느 정도 일치한다.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는 아니다. 솔직히 퇴사하면 일하던 회사에서의 삶은 바로 끝난다. 그리고 다시 일자리를 구하면 새로운 삶을 그릴 수 있다.

스스로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 다양한 원인으로 개인 혹은 가족의 삶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결국 모든 게 무너진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회사와 같은 조직을 개인보다 우선시했다. 종종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업무 과로사 뉴스들이 안타깝지만 현실을 보여준다.

작은 회사, 스타트업일수록 구성원(특히 창업자)들이 노력하면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를 겉으로 표방하지만, 안을 보면 실제 그렇지 않은 회사들의 모습이 뉴스에 자주 등자안다. 특히 피고용인이 겪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뉴스가 등장하면, 창업자가 잘 몰라서 행한 경영상의 실수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정말 경영상의 실수일까? 나라에서 지키라는 노동법이 있고,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분야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가 직원들, 그들 가족의 삶을 조금이라도 지지해주지 못할망정 그들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라면, 과연 좋은 회사일까? 그리고 직원들의 삶이 망가지고 있다면, 회사가 계속 존속해야 하는게 맞는 것일까? 스타트업을 만든 창업자들 중에서 DHH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게 정답이야라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려문 문제이겠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거 자체로 좋은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