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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이야기를 시작하다.

아이 육아에 적극 참여하면서 평상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공유이다. 왜 글을 쓰게 되었는지 이유를 적었다.
육아 이야기를 시작하다.

작년부터 아이 육아에 대한 글을 써보는 것 어떠냐는 이야기를 지인들(특히 엄마들)로부터 제법 들었다. 아마도 권유를 받은 이유는 아빠가 육아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육아의 많은 부분을 엄마가 담당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아빠들의 가사노동 참여는 늘어났다지만, 여전히 육아의 많은 부분을 엄마들의 몫이다. 우리 가족은 정확히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아빠인 내가 아이의 육아를 담당하고 있으며, 아내는 현재 일을 하고 있다.

육아는 엄마가??

적어도 내 생각에 한국 사회의 아주 뿌리깊은 고정관념 중 하나가

육아는 엄마가 해야한다.

는 것이다. 여전히 어디서든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가족의 형태는 이미 다양하게 변하고 있는데, 그 놈의 정상가족(아빠, 엄마, 자녀로 구성된) 타령과 더불어 신기할 정도로 변하지 않는다.

종종 내가 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가면 어르신들 중 선을 세게 넘는 분들이 나에게

아이 엄마 없이 혼자 키워요? 자고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하는데.

이딴 식의 말을 한다. 그래서 내가

아이 엄마는 일하고, 아빠인 제가 육아 중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엄마가 독박육아라니 과거도 아니고.. 그게 무슨 끔찍한 일인가요.

라고 말하면 그들은 무안해서인지 그냥 도망가기 일쑤다. 때로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도리어 썽을 낸다.

위와 같은 상황을 마주칠 때마다, 솔직히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당황스럽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시대는 발전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육아는 엄마가 해야돼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그냥 신기해서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여전히 많은 엄마들은 출산과 동시에 자연스레 일을 쉰다. 간혹,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는 슈퍼맘들도 있다. 그들도 육아는 거의 혼자 담당한다. 도대체 남편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내 주변 지인들(엄마들)의 경험담을 보면 그렇다.

이야기를 쓰는 이유

일을 쉬고 아이 육아의 100%를 전담하는 아빠라고.. 아이가 기상한 뒤로, 아침, 점심, 저녁까지 아이의 삼시 세끼를 책임진다. 직접 내가 요리해서 매 끼니를 먹이고, 그 외 시간에는 아이와 함께 논다. 아이가 잠든 밤 10시쯤이 되어야 육아에서 사실상 퇴근한다. 이렇게 18개월을 보내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나와 같이 육아를 담당하는 아빠들이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을 '라떼파파'라고 불린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를 돌본다고 해서.. 내 스웨덴 친구(남성)들도 당연히 아이가 생기면 일을 쉬고 온전히 아이에게 시간을 쏟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스웨덴에서 진짜로 ‘라떼파파’를 자주 보나요?
2년 전, 2017 신년특집 SBS 스페셜 〈아빠의 전쟁〉 다큐멘터리 팀은 스웨덴에 와서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가 어떻게 마련되어 있고 실제로 이 사회에 얼마나 적용되는지 촬영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 친구가 정말로 일상생활에서 라떼파파(Lattepapa)를 자주 보는지 물어왔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마트에서 한 손에는

여튼,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결혼 준비를 하고 있는 커플, 2세 고민하고 있는 신혼 부부 중에서도 남성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육아를 하겠다고 말하면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을 종종 들을꺼다. 그냥 흔하게 듣는 이야기다.

그래도 남자가 밖에서 일을 해야지..
쪽팔리게 애를 본다고..
아이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니까..
엄마가 키우는게 아이의 정서에 좋아..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을 듣게 되다보면

정말 아빠는 엄마보다 육아를 잘할 수 없나?

라는 의문이 든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아이가 모유를 먹을 당시,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지금은 아니다. 육아 퇴근을 하고 새벽 2시까지 공부/일(앞으로의 일을 계획) 일정을 보내고 침대에 누우면 아이는 굴러굴러 내 옆으로 온다. 정말 신기하다. 어딜가도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아빠부터 찾는다.

다른 아빠(예비아빠)들도 마음만 제대로 먹는다면 나처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주변의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겁먹을게 아니라, 하면 된다. 아이와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쌓는데는 자연스레 시간이 걸린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내가 공유할 글들이

육아에 도전해봐도 되는구나.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아도 되는구나.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망설이는 아빠들에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고 육아를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그 결과로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아빠들이 늘어난다면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