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1인 빌더로 살아간다는 것
요즘 내가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ChatGPT, Claude가 등장하고 세상이 빠르게 변했다. 정확히는 Claude Code, Codex와 같은 코딩 에이전트의 출현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정말 이 변화가 크다. 과거에는 IT 직군, 그 중에서도 개발자들이 가능했던 일이다. 즉 전문가들의 도움 혹은 그들에게 의뢰해야만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웹앱이든, 모바일 앱이든..
이제는 “모바일 앱을 만들고 싶어”라는 자연어 명령만으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기술 진입 장벽은 확실히 허물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소프트웨어 생산의 민주화’라고 표현한다. 더불어 AI의 발전 속도도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빠르다. 가까운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기술의 발전속도를 따라가려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인간이 병들거나 뇌가 녹을수도 있다고. 이미 인간이 따라갈 수 있는 속도와 범위를 벗어났다고”.
실제 ‘클로드 블루(Claude Blue)’라는 현상이 등장했다. 코딩 및 창작 도구에 해당하는 AI 에이전트들이 인간의 능력을 빠르게 추월하거나 대체하면서 인간이 느끼는 무력감 및 우울증을 말한다. 심각성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AI를 사용하는 이들이라면 조금씩이라도 느껴봤을 감정이다.
AI를 처음 접하고
내 경우 AI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쯤이었다. 그 전까지는 솔직히 AI가 얼마나 일에 도움이 되겠어?라고 생각했다. ChatGPT를 써봤는데 할루시네이션 현상 등으로 인해, 솔직히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우연히 지인이 만든 클로드 모임에 참여했고, 거기에서 접한 클로드 코드는 이전에 봤던 것과는 좀 달랐다. 특정 URL 주소와 함께 ‘이와 비슷한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어.’라는 자연어 명령과 함께 5분 정도 지나자, 사이트가 짜잔하고 등장했다.
뭐랄까? 느낌이 확 달랐다. 문장 하나로 프로토타입으로 쓸 수 있는 사이트가 등장한다고? DB, 로그인 등은 제쳐두고, 그냥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저렇게 빨리 만들 수 있다고. 워드프레스(Wordpress), 버블(Bubble)과 같은 노코드툴이 존재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어찌되었든 이전에 알고 있던 AI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당시 내 상황은 이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5년 넘게 풀타임 육아에 매진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일자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비슷한 방법으로 도전하면 쉽지 않을거 같아, 나에 대해 글을 썼다. 주목도를 끌어내야 하니까. ‘전 세계를 연결하여 Forbes에 선정된 창업자, 새로운 연결을 찾습니다. 커피챗 어떠신가요?’ 라는 제목으로 작성했다. 소셜미디어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지인들의 도움도 있었다. 많은 회사들을 만났지만, 실제 일터로 연결이 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복귀를 시도했던 시점이 변화가 막 일어나는 시점이었다. AI 모델의 빠른 성장과 더불어 기업들의 채용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변하기 시작했다. 기업들 스스로 앞으로 어떤 사람을 뽑아야하는거지? AI가 많은 부분을 대체할텐데,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하는 쯤이었다. 특히 내 경우에는 육아에 매진한 5년의 시간이 있다. 개인적으로 5년의 육아를 통해 나 스스로 크게 성장했다고 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과연 이 사람이 적응할 수 있을까? 뭐 등등 말이다.
본격적으로 AI를 사용하다.
결국 일터로의 복귀는 실패(?)했다.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클로드 코드가 프로토타입 홈페이지를 생성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흐린 안개 속에서 작은 등대불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클로드 코드를 설치했다. 개발자는 아니지만 터미널 사용에는 익숙했던터라 클로드 코드를 바로 설치했다. 설치 과정에서 사용자가 비개발자라면 설치가 쉽지 않을거 같았다. 비개발자의 경우 터미널에 대한 공포가 있기도 하니까. 잘못 입력해서 고장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말이다.
그래서 클로드 코드를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는 사이트(https://getclaudecode.com)를 만들었다. 만든 이유는 비개발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게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예전에 내가 서비스를 만들었던 경험들을 활용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관련된 내용은 '전업 아빠, AI를 만나다: 비개발자의 Claude Code 가이드 제작기'에서 볼 수 있다. 사이트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상태이다. 도중에 몇 번의 업데이트를 거쳤다.
클로드 코드 사이트를 만들며, 누구나가 쉽게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 생산의 민주화는 일어났다는 결론을 얻었다. 반면 사용자의 능력, 지식 수준, 운영 경험 등에 따라 생성된 결과물(웹 앱, 모바일 앱, 오픈 소스 등)의 수준이 크게 좌우될 것이다. 앱의 출시 속도가 빨라지는만큼 마케팅 경쟁이 엄청날텐데, 조금 시간이 지나면 너무 경쟁하는 나머지 마케팅이 아닌 다른 어떤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할 것이다. 이유는 평균적인 앱의 수준도 비슷해지고 마케팅의 수준도 비슷해지면, 소비자는 점점 어떤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결국 사용자, 즉 소비자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특정 사람으로부터 제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어디까지나 내 가설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복잡한 형태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시도해봤다. 목적은 내가 현재 보유한 능력, 그동안의 경험을 점검해보기 위함이다. 모노레포 구조로 웹과 데스크탑 앱을 모두 제공하는 형태의 할일 목록, 습관 트래킹, 글쓰기가 결합된 서비스, 그리고 Luma와 같이 모임을 쉽게 열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iOS, Android, Web 제공)를 만들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AI로부터 인상적이게 느낀 부분은 처음 사용해 보는 기술 스택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면 분명히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느 정도의 학습 곡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AI를 통해서는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그 학습곡선을 완만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스스로 질문하고 배우려고 할 때의 이야기다.
내 경우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데스크탑 앱의 경우, Electron이 아닌 Tauri(Rust 계열)를 이용했다. 그리고 iOS, Android 앱을 만들 때에는 Flutter(Dart 계열)를 이용했다. AI가 없었다면 실제 관련 기술을 익히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한다. 화면에 보이는 앱을 만들기까지 약 2달의 시간이 들어갔는데, AI가 없었다면 절대 그 시간 내에 만들지 못했다.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사이드 프로젝트 이후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나름의 방향을 정했다. 사실상 취업, 일터로의 복귀(?)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과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40대인 내 나이를 감안했을 때 계약 형태이지 않을까 싶다. 현재는 에스토니아 법인으로 1인 회사를 설립했다. 다양한 서비스를 만드는 1인 개발 스튜디오 형태다. 다른 나라의 유명 인디 해커들처럼 되고 싶지만 이제 시작이다.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 런칭하고, 마케팅을 통해 빠르게 검증하는 형태도 좋지만, 현재 AI로 인해서 서비스 생산의 민주화가 일어난만큼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 비슷한 아이디어의 앱이 전세계에서 매일 수십개씩 쏟아져 나온다. 어떤 이들은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심지어 마케팅조차도 AI로 인하여 차별성이 사라졌다. 제품을 홍보하는 동영상도 AI를 통해서 수십개, 수백개씩 쏟아져 나온다. 틱톡만 봐도 AI 슬롭 영상들이 넘쳐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개념이 ‘취향(Taste)’이다. 마케팅조차도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말한다. 아주 니치한 영역에서 확실한 무언가로 사용자,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거다. 그 무언가가 차별성인데, 구체적으로 정형화되기 어려우니 ‘취향’으로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니 뭐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가설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이렇다. ‘취향’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수십 개의 비슷한 앱이 쏟아져 나오고, 마케팅도 최고조로 치열해지면, 결국 사용자들은 제품을 대한 신뢰를 어디서 얻어낼까? 다른 이로부터의 추천, 그리고 그 끝에는 결국 서비스를 만드는 메이커에 대한 신뢰하고 생각한다. 해외의 유명 인디 해커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그들에 대한 신뢰 및 해당 메이커들의 철학 등이 모여 하나의 취향으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저 사람이 만든 거면 우선 믿을 만하다. 써볼만하다로 연결되는 것이다.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다시 0에서부터 시작하는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쉽지 않겠지만 아주 작은, 여러 개의 시장에서 완성도 있는 앱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여러 개의 프로덕트를 유기적으로 엮는 모델이 가장 현실성있다고 생각한다. 그를 통해 ‘Jongjin이 만든 서비스는 쓸만하다.’는 평판을 만들어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맥락 전환(Context Swithing)’이다.. 각 서비스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가 나오면서도 잘 운영되어야하니까. 그래서 문서화 작업에 꽤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현재는
4월 말, 강화도로 이사왔다. 이제 2달이 되어가고 있다. 솔직히 서비스를 만들 때 막히는 기술적 어려움은 Claude Code, Codex 등에 물으며 해결한다. 교차 검증을 하거나, 아니면 실제 관련 공식 문서를 직접 확인하여, AI 코딩 에이전트에서 질문하고 답을 얻는 형태로 해결하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나와 비슷할 것이다.
과거에는 창업한다면 팀 단위였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3~4명으로 구성된 팀이였다. 당연히 해커톤과 같은 행사에서도 팀 참가가 기본이었다. Claude Code, Codex가 등장하며, 해커톤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는 1인 참가가 기본값이다.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의 역할을 AI 코딩 에이전트가 대체하니 1인 참가가 당연하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니 그 어느때보나 많은 모임들이 열린다. 주로 강남과 성수 등에서 열린다. 내 입장에서 모임에 참여하려면 편도 2시간 30분 정도를 써야한다. 왕복 5시간이다. 그렇다보니 매번 해당 이벤트가 과연 5시간을 투자할만큼의 가치가 있을까를 당연히 따져보게 된다. 1시간 정도 거리에서 열린다면 고민해보겠지만.
주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많은 이벤트들의 경우 2030 세대(그 중에서도 미혼)를 대상으로 한다. 이벤트 운영 시간이 보통 그 세대를 대상으로 만들어져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벤트 참석이 참 어렵다. 아이와 함께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들어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부분은 외로움과 고립감이다. 단순히 사람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AI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없다. 트위터, 쓰레드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보면 사람들이 AI, 바이브코딩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제 지역은 뭐랄까? 내가 사는 강화도에는 사람이 없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이 40%를 넘겼다. 전국 평균은 20%이다.
강화읍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보지만, 청년은 보기 어렵다. 그나마 청년이 있더라도 AI 및 바이브코딩은 관심 밖 대상이다. 그렇다보니 요즘 들어 자신만의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다른 1인 빌더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과거에는 최소한 서비스를 만든다면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중심이 된 팀 단위였다. 중간에 지치더라도 서로 으쌰으쌰하며 힘낼 수 있었다. 지금은 1인이 기본값인 시대다. 분명히 외롭고 지칠꺼다.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은 AI로 인해 쉬워졌지만, 그 이후 제픔을 알리고, 운영/유지보수하는 과정은 정말 어렵고 고단하다. 다수가 하던 일을 혼자서 하는 시대니까 더 힘들꺼다. 실제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그래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조금이나마 바꿔보기 위해 작은 시도를 하고 있다. Siggu라는 모임을 만들고 있다.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온라인의 공간에 모여 각자가 할 일을 하고, 고민이 있으면 서로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직접 만나서 밥 같이 먹을 수 있는 그런 모임, 말 그대로 식구(食口)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제품 만드는 과정과 그에 대한 고민을 글로 적어나갈 계획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디스코드에 편하게 들어오셨으면 좋겠다.(참고로 내가 서비스 만드는데 집중하느라 한 마디도 안 할 수 있다.)